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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개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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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개음화(口蓋音化)는 경구개음이 아닌 자음이 경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즉 자음의 조음점이 경구개와 가까워지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어의 구개음화[편집]

한국어에서 구개음화는 닿소리 뒤에 홀소리 (/i/) 또는 , , , , , 등 /j/로 시작하는 이중모음이 올 때에 주로 발생한다.

본디 닿소리 바뀌는 닿소리
ㄴ([n]) ㄴ[n̠ʲ/ɲ̟]
ㄷ([d])(음절 말) ㅈ([ʥ])
ㄷ([t]/[d])[1](음절 초) ㄷ(t̠ʲ/c̟/d̠ʲ/ɟ̟)
ㅌ([tʰ], 음절 말) ㅊ([ʨʰ])
ㅌ([tʰ], 음절 초) ㅌ([t̠ʲʰ/c̟ʰ])
ㄸ([t˭], 음절 초) ㄸ([t̠ʲ˭/c̟˭])
ㄹㄹ([ll]) ㄹㄹ([ʎʎ]]
ㅅ([s]) ㅅ([ɕ])
ㅆ([s˭]) ㅆ([ɕ˭])
ㅎ([h]) ㅎ/ㅅ([ç])

개요[편집]

ㄷ, ㅌ, ㄸ 구개음화[편집]

음절 말과 음절 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음절 말 구개음화는 ㄷ과 ㅌ에서만 일어나며 음절말 ㄷ과 ㅌ 뒤에 /i, j/가 오면 각각 ㅈ, ㅊ으로 발음한다(예: 굳이-/구지/, 같이-/가치/). 음절 말 ㄷ과 /i, j/ 사이에 ㅎ이 올 때도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예: 갇히다-/가치다/).
  • 음절 초 구개음화는 첫소리 ㄷ, ㅌ, ㄸ이 /i, j/ 앞에 오면 치경구개음으로 나지만(예: 티끌, 반디) ㅈ/ㅊ/ㅉ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다른 자음의 구개음화[편집]

  • ㄴ 구개음화는 ㄴ이 /i, j/ 앞에서 n̠ʲ/ɲ̟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예: 냠냠, 저녁, 윗니)
  • ㅅ 구개음화는 ㅅ, ㅆ이 /i, j/ 앞에서 ɕ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예: 실[絲], 씨[種])
  • ㅎ 구개음화는 ㅎ이 /i, j/ 앞에서 ç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예: 힘, 혀) 가끔 이 '힘'이 복합어에서는 ㅅ으로 바뀌기도 한다. (예: 팔심)
  • ㄹ 구개음화는 서울 방언에서 /i, j/ 및 치경구개 자음의 변이음 앞의 ㄹ에서 ʎ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예: 천리마)

역사[편집]

조선 중기에 언어 전반적인 구개음화가 일어났는데, /ㄷ/와 /ㅌ/가 /i/나 /j/ 앞에서 /ㅈ/와 /ㅊ/로 소리나게 된 것이다. 그 시기는 여러 가지 문헌으로 볼 때 17세기에서 18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 때에도 관서 지방에서는 그러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시사하는 기록이 있지만, 문화어는 이 구개음화를 반영한다.[2]

가ᄂᆞᆫ 각시 본 듯도 ᄒᆞᆫ뎌이고
저기 가는 각시 본 듯도 하구나

— 송강가사(1747)-속미인곡

됴ᄒᆞᆫ ᄡᅵ 심거든 됴ᄒᆞᆫ 여름 여루미
좋은 씨 심거든 좋은 열매 열리니

— 월인석보(1459)

나모 플ᄀᆞ티 아로미 업고 ᄆᆞᅀᆞᄆᆞᆫ 섭섭ᄒᆞ야 眞實티 몯거니와
나무와 풀같이 앎이 없고 마음은 섭섭하여 진실치 못하거니와

— 월인석보(1459)

하지만 철자 관습은 20세기 초까지 그대로 남았는데, 예를 들어 /조/ · /치/ 등은 관습적으로 ‘됴’ · ‘티’로 써 왔다. 이를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소리나는 대로 ‘조’ · ‘치’로 밝혀적도록 하였지만, 관습적으로 쓰였던 예전 표기법은 1970년대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구개음화해서 발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를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 ‘잔듸’, ‘늬우스’ 등이 그런 표기이다. 이는 오늘날의 ‘무늬’, ‘씌우다’, ‘희다’ 등의 표기에 남아 있다.

다른 언어에서의 구개음화[편집]

구개음화는 한국어에서만 볼 수 있는 음운 현상이 아니다. 다른 많은 언어에서도 구개음화 현상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영어에서 [sk]는 대부분 [ʃ]로 변화한 적이 있다. Shirt의 옛 철자는 <scyrt>였는데, 이 철자를 보면 음운변화가 완료된 후 유입된 외래어인 skirt는 shirt와 동일한 어원을 지님을 알 수 있다.

러시아어에서 ДТЕ, Ё, И, Ю, Я의 앞에 올 때 구개음화된다. 실제로 발음해 보면,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혀가 올라감을 느낄 수 있다.

일본어의 た행(tshi)와 (tsu)는 た행의 다른 글자의 た、て、と에 가까운 발음 방식의 파열음 /tʲi̞/ 및 /tu/[3]로 발음되었으나, 중세 일본어 이래 현재의 발음으로 변화했다. 한편, 탁음(濁音)인 역시 각각 /dʑi/ 와 /dzu/[4]바뀌었다.(づ는 에도 시대에 이르러 ず(/zu/)와 구별이 없어진다[5]) 한편, 현대 일본어에서는 외래어의 차용어를 통해 /ti/, /di/ 음가의 발음이 부활하였으며, 이를 표기하기 위해 ティ와 ディ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라틴어에서는 [ke][ki]였던 발음이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에서는 [tʃe], [tʃi]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에서는 그래서 [tʃe] 발음을 < ce >로 표기하는 한편 [ke]/[ki] 발음은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표시로 < h >를 덧붙여 < che >/< chi >로 적는다.[6]

서양의 일부 언어에서는 비슷한 음가인 [ɪ], [ʏ]로 구개음화 현상을 피한다. 구개음화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전설 모음, 그 중에서도 고모음인 [i], [y], [j], [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d/와 /t/가 /i, ĩ/ 앞에서 [dʒ][tʃ]로 소리나는데, 이는 별도의 음운을 차지하지는 않는 이음이다.

폴란드어에서 DTI앞에 올 때 아예 DŹĆ로 소리난다.

표기[편집]

국제 음성 기호에서는 구개음화가 된 자음 뒤에 [ʲ]를 붙인다.

치경구개음은 치경음후치경음의 구개음화 음가가 별도의 음가로 분리된 것이다.

같이 보기[편집]

참고 문헌[편집]

  • 이기문, 《국어음운학연구(國語音韻史硏究)》, 한국문화연구소, 1973.

각주[편집]

  1. /d/는 모음과 모음, 또는 ㅁ·ㄴ·ㄹ·ㅇ과 모음 사이에서만
  2. “새국어생활 제13권 제1호(2003년 봄)”. 2021년 12월 29일에 확인함. 
  3. (dzhi)와 (dzu)도 だ행의 다른 글자의 だ、で、ど에 가까운 발음 방식의 파열음 /dʲi̞/ 및 /du/로 발음되었음
  4. 청음(淸音)인 또한 각각 /tɕi/ 와 /tsu/로 바뀌었다.
  5. つ도 마찬가지로 す(/su/)와 구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6. 라틴어에서는 [ɡe][ɡi]였던 발음이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에서는 [dʒe], [dʒi]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에서는 그래서 [dʒe] 발음을 < ge >로 표기하는 한편 [ɡe]/[ɡi] 발음은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표시로 < h >를 덧붙여 < ghe >/< ghi >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