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KIWI/2023년 2호/위키문헌
지난 22년 12월 24일부터 7주간 진행된 옛한글 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26명의 자원봉사자가 30개의 문헌을 새로이 위키문헌에서 읽을 수 있도록 전자화 하였습니다. 옛한글 문헌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옛한글 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대한 봉사자 분들의 인터뷰 또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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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한글 봉사자 인터뷰
옛한글 봉사자 중 Kwonman23님과 Mmjjhh87님, Merida kim과 ZornsLemon님이 참여 소감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Q. 2022년 하반기 옛한글 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예시 : 프로젝트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타자했던 작품에 대한 생각, 제안사항 등)
kwonmax23 : 비대면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참여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땐 모르는 한자를 발견해서 꽤 애먹었고 어떤 문헌을 타자 할지도 고민이었는데 몇 편 하다보니 요령도 생겨서 재미있었습니다.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성취감도 있어서 보람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이런 활동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전자화했던 문헌 중 태교신기장구대전이라는 문헌은 태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옛한글이라 자세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옛날에도 임신했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았고, 특히 지금도 율무를 조심하라고 하는데 그 내용이 실려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몇번 지속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봉사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이나 헷갈리고 검색해도 안나오는 옛한자를 모아서 봉사자들에게 첨부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Mmjjhh87 : 우연한 기회에 옛한글 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없어서 혹은 알려지지 않아서 있는 줄도 몰랐던 누군가의 생의 결과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모두가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전자화 프로젝트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업에 참여하여 우리의 문화 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다는 것에 놀랐고 동참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제가 담당한 《재물보》라는 책은 17세기 문신 이만영이 편찬한 백과사전류의 유서입니다. 주제별로 해당 사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책으로 만들었을까 감탄하며 타이핑을 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이 책에 쓰인 한자들이 현재 사용하는 正字가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다른 판본과 대조하여 어떤 글자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그마저도 할 수 없는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면, 그 가운데 가장 定本을 선정하여 전자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어 많은 훌륭한 문화 유산들이 발견되기를 희망합니다.
Merida kim : 온갓거시 마시읍따 온갓거시 어셜피다?
22년도 하반기 옛한글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Merida라고 합니다. 제가 이번에 참여했던 것은 "범 내려온다"로 최근 유명해졌던 그 내용 《주부전》과 어릴적 TV로 보던 마당놀이 흥행작 《이춘풍전》이었습니다. 사실, 이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쉽겠거니, 재밌겠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조금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런 옛날 글자를 워드로 칠 수 있을까? 정도였는데, 이 문제는 오히려 사전 교육시간에 완전히 해소가 되었고 문제는 다른 것이었는데요, 스캔 된 원문을 읽는데 페이지마다 글씨체가 달랐고, 뒤에가서는 표기도 달랐습니다. 어휴, 인쇄본을 고를걸~ 손글씨는 정말....다행히 그것도 반복하여 읽는 동안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뒤에 진짜 문제가 발생했지요. 제가 이야기에 너무 빠져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부가 용궁으로 토끼납치에 성공하였을 때 일어난 반전장면에서, ' 저 주부네 부부를 어떡하나...' 혀를 차다가, 춘풍이 간신히 집에 돌아와서는 제 처에게 음식이 "마시읍다"고 타박하는 장면에서는 "춘풍이 얘는 곤장이 모자랐나보다", 욱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특히 이춘풍전에서 기생 추월이 춘풍의 돈을 호려낼때,이것저것 사달라는 구절이 있는데, 쌀 1석이 얼만큼인지 찾아본 기억이 있네요. 1석이 150~200kg이라는데 20석을 팔아달라니... 게다가 비단도 종류별로 사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었으니 나이어린 기생의 욕심이 대단하구나, 살짝 놀랬습니다. 더 말씀을 드리면 스포일러가 되겠지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담당자 분이 엄청 부지런하셔서 피드백도 엄청 빨랐습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연찮게 비대면 봉사활동 할 꺼리를 찾다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 "온갓거시" 어설프나 옛 우리말 공부와 함께 매우 즐거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어쩌면 나이를 많이 먹더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선한 느낌,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ZornsLemon : 2022년 하반기 옛한글 문헌 전자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ZornsLemon이라고 합니다. 22년 9월쯤 다른 문서를 업로드하러 갔다가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 것을 알고 오래 기다린 끝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고전문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옛날 문헌을 접할 수 있겠다 싶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많이 기다리는 동안 몇 개 문서를 연습해 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신유복전》은 작업을 끝내 버렸지요.
문헌목록 중에서 특히 《고문진보언해》를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고문진보의 우리말 번역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래 저래 안 읽고 있어서 이 기회에 고문진보를 읽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 번은 다 읽을 수는 있었으니 좋았습니다. 다만 작업을 하면서 보니 고문진보언해의 우리 말 번역 수준은 그다지 좋지 못해서 고문진보를 이해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는 못한 듯 하여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문 한 글자 한 글자를 거의 그대로 우리말로 직역한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옛날의) 우리말 단어와 표현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이 언해본을 기본으로 하여 한자의 독음 및 대응하는 우리말을 정리한 "사전"을 만들어 볼까 하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런 것도 프로젝트로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문진보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문서를 작업했는데요. 조선 중기의 윤음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어려웠고 다사다난했던 그 시대를 엿볼 수 있었고요. 불교 관련 문서를 작업할 때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들이어서 (좋은 책들은 이미 작업이 돼 있었겠지요)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만보전서 언해에서 산학 부분을 작업했던 것은 본업과도 관련이 있어 흥미롭게 했고, 고열녀전이나 홍백화전 같은 것을 작업하면서 흥미롭고 색다른 고문헌을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몇 개 문헌을 작업할 때는 ‘검색’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미 (부분 부분) 작업된 문서들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관에서 작업한 것들이 공유되지도 않고 흩어져서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워서,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이지만 제가 검색으로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전자화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좀 있습니다. 먼저 오리엔테이션을 조금 더 교육적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날개셋, 크롬의 설치 등은 오리엔테이션 전에 의무 사항으로 해 두고, 오리엔테이션 때는 작업하면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시로 보여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부호에 대한 것의 질문이 나오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물론 단톡방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지만, 단톡방을 이용하지 않는 분도 계시는지 그 부분을 잘못 처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필기체 한글에서 '고' 자를 잘못 인식한다든지 잘못 인식하기 쉬운 글자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미리 교육이 된다면, 프로젝트와 별개로 참여자들이 얻어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자의 경우에도 예전에는 간략하게 쓰거나 다소 흘려 쓴 글자가 현대의 인쇄체 한자와 많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글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 중에 자주 나오는 글자들은 미리 교육할 수 있다면 좋겠고, 한자의 이체자와 정체자의 구별, 한자 사전의 활용법도 적절한 수준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 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줄 세로 쓰기 문서를 어떤 순서로 문서화하는지, 줄맞춤이 있는 문서를 어떻게 다루는지 등등 미리 알려 주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편, 전자화가 완료된 문서의 품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과거 전자화 됐던 문서 중에 어떤 것은 위에 제가 얘기했던 문제들로 인해 도무지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옛한글의 띄어쓰기 문제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가능한 한 띄어쓰기를 하는 쪽으로 권장하는 것이 좋겠고, (그래야 전자화한 것을 한 명이라도 더 읽어 주지 않을까요) 처음 작업자 이외에 다른 사람이 한 번 더 보는 ‘교정’ 단계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교정자에 대한 바이트 산정도 고려할 만합니다.)
그리고 상, 중, 하 바이트 기준을 조금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한글만으로 된 문서를 일률적으로 '하'로 지정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교적 고른 활자의 인쇄본이나 깨끗하게 정서된 한글 문헌과, 괴발개발 알아보기 힘든 필사본 문헌을 전자화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은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필사본 문헌이 완료되는 비율이 적은 것은 이런 이유도 한몫 하지 않나 싶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자가 많이 들어가 있어 상이나 중으로 분류돼 있지만, 언해본의 특성상 원래 한문 문헌을 구하기 쉬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한문 입력에 소요되는 시간을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난이도를 낮추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