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KIWI/2024년 6호/독자기고
중학교 생활과 함께해온 위키백과
-나의 파란만장한 위키백과 이야기-
안녕하세요,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5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활동해오던 용인 학생이라 합니다. 먼저 독자기고 이벤트를 열어주시고 제 글을 기고문으로 선정해주신 여러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제 글쓰기 실력이 많이 부족하고, 위키백과 경험 또한 많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최대한 제 위키백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위키백과에 가입한 것은 2018년이었습니다. 제게 처음 휴대전화가 생긴 이후, 인터넷을 탐험하던 중 위키백과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위키백과 생활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 위키백과를 편집 했던 시절은 순수하게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사소한 오타를 고치거나, 주변 도로 문서를 만들었었습니다. 제가 문서를 편집하며 오르는 기여수가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많은 성취감을 주었던 것은 덤이었어요. 그렇게 2018년 8월 8일 이후 위키백과에 익숙해지며 1년이 조금 넘게 지나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말, ZEM이라는 제한 앱의 위키백과 기능 추가로 학생 사용자가 차차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또래 사용자가 많아지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학생 사랑방"이라는 곳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매우 어렸던 저에게, 대단한 분들이 계시던 사랑방은 너무 높은 장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위키백과 특유의 정적이고 지적인 분위기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 사용자도 동일하게 느껴졌었을 겁니다. 당시 많은 학생 사용자가 '학생 사랑방'에 유입되었고, 많은 학생 사용자의 모임이 존재했으며, 저는 그 당시 '학생 사랑방'에서의 일종의 대장(?) 행세를 하다가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차단이 되었었기도 했습니다.
2020년 초, 여러 사용자분들에 의해 ZEM 유입 사용자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었고 그것이 "학생 캠프"와 그 전 "학생 사랑방"을 대체하는 "학생 캠프 대화방"이었습니다. 학생 캠프를 통해 여러 ZEM 사용자의 위키백과 적응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다중계정 악용"이나 "과도한 친목질"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정책 미숙지로 인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존 사용자 분들이 피로감을 겪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학생 사용자들의 위키백과의 적응을 도와주셨고, 비록 ZEM은 위키백과 서비스를 종료했고, "학생 캠프"는 비활성화가 되었으며, 많은 학생 사용자분들이 떠났지만, 남은 사용자 분들 중 일부는 관리자가 되셨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학생 사용자의 유입은 결코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애니메이션 문서가 제작 및 활성화가 되었고 학생 사용자의 유입과 함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시대는 한국어 위키백과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용자분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학생 사용자 중 한명으로서 저희 학생 사용자들을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늦었지만 감사를 드립니다.
간략한 ZEM시기 위키백과의 요약을 마치고 이제 저의 이야기를 해보자 합니다. 저는 2020년 동안 많은 학생 사용자 분들과 교류하며 위키백과의 열정을 쏟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위키백과 봇과 도구에 대한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당시에는 오류도 많거니와 정책 위반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위키백과의 열정을 쏟은 만큼 2019년 즈음의 그 '초심'은 점점 잃고 말았습니다. 위키백과의 많은 학생 사용자들을 보며 전 일종의 '완장'을 스스로 차고 신규 사용자를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부적절한 토론 태도를 일삼았었습니다. 또한 봇과 반자동 도구 사용에 대해 정책의 한계를 악용하였기도 했고요. 2021년 4월, 결국 저는 장기간 공동체에 많은 악영향을 미쳤기에 6개월 동안 차단이 되었습니다.
차단 기간 중 처음 3개월은 위키백과를 피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21년은 현실에서도, 위키백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현실에서는 중학교 입학으로 많은 두려움이 있었던 시기이고, 위키백과에서도 많은 생각의 변화, 구체적으로 제가 왜 차단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을 해보았습니다. 21년 9월, Wikiwater2020님을 우연히 온라인에서 뵙게 되었고 그 분은 저에게 위키백과 복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분의 많은 노력 덕분에 위키백과에 다시 돌아와 공동체에 사과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밑바닥까지 추락한 저의 신뢰를 다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바 입니다. 제가 공동체에 많은 악영향을 끼친 만큼 차단 이후에는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고자 하였습니다. 저를 많이 응원해주신 많은 사용자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키백과에 돌아온 이후 전 어떻게 좋은 영향을 끼칠지 고민했고, 그 답은 친절한 태도와 좋은 문서 기여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습니다. 차단 이후 토론 태도를 최대한 친절하게 바꾸려 노력했고 힘들 때나 초심을 잃을 때마다 제 과거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문서 기여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도로 분야와 천문학 분야에 대해 여러 편집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초에는 기존에 제 문제점 중 하나였던 봇과 반자동 도구에서도 오류가 최대한 나지 않게 만들고, 정책의 범위 내에서 운용하였으며, 그 결과는 봇 플래그 부여로 결실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2022년의 저는 위키백과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노력, 또 노력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게 60만 번째 문서를 생성한 사용자가 되었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얼마전, 관리자에 당선되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 함으로서 복귀 이후로 제가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값진 기회였습니다. 선거에서도 밝혔지만 "일반 사용자"에 입장에서 항상 보는, 그리고 다시 재기하시려는 사용자 분들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절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사용자분들께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런 사용자이자 관리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듯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껏 활발히 활동하고 심지어 관리자가 된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파란만장한 위키백과 생활 중 깨달은 것이 다수 있었는데 그중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초심"입니다. 위키백과에서 처음 편집할 때, 그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초심을 잃으면 다른 사용자가 보이지 않고 분쟁만 일으킬 뿐입니다. 절대 편집하실 때 초심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친절"입니다. 설사 문서에 관해 토론 중 분쟁이 발생하고 계속 특정 사용자와 트러블이 발생할 지라도 항상 선의로 바라보며 좋은 토론태도를 유지하십시오. 친절한 분위기 유지는 위키백과의 신규 사용자 유입을 끌어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뢰"입니다. 위키백과는 서로 협업하며 쌓아가는 백과사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설사 공동체의 신뢰를 잃었을지라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서 노력하며 공동체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길 바랍니다.
위키백과, 어느덧 제 삶의 한 조각이 되어 있습니다. 많은 편집자들이 있고, 진지하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분위기는 저와 위키백과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위키백과에 큰 영향, 그것이 설사 좋지 않은 쪽일지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실 분들이 많은 따뜻한 온정이 있는 곳이 바로 위키백과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도 위키백과를 편집하고, 다른 사용자분들과 토론하며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또는 아직 위키백과를 편집하시지 않고 보고만 계신 분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 곳, 위키백과는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고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설사 자신이 조금 실수를 할지라도 응원과 도움의 손길을 주실 많은 분들이 존재합니다. 기여하는 것을 두려워 마시고 사소한 일이라도 위키백과에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